필자가 어렸을 적, 대전의 작은 선반 제작 중소기업에서 근무하신 아버지께서 찍어 오신 컬러 사진 하나가 기억난다. 멋진 건물을 뒤로하고 양복 차림으로 찍어오신 그 사진. 그리고 며칠 간의 서울 출장 후 언제나 사오시던, 스티로폼에 포장된 큰 햄버거! 대전에서 먹어 볼 수 없었던 특유의 서울 맛 햄버거 때문이었는지, 나는 항상 그 출장이 기다려지곤 했다. 성인이 된 지금, 아버지의 출장은 코엑스(COEX)에서 장비를 전시하고 소개하는 목적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매년 봄이 되면 한국의 코엑스에서 반도체와 관련된 장비나 재료 업체들이 신재료나 신장비를 앞다투어 전시하고 홍보하는 세미콘 쇼가 나에게는 남다른 추억으로 다가온다.
▲ 2015 대만 세미콘 쇼 1층 입구 모습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정체기를 걷고 있는지 세미콘 쇼의 규모 역시 점차 작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로 20년이 된 대만의 세미콘 쇼는, 두 개 층에 가득 채울 정도의 업체들이 부스(booth)를 차려 열심히 신재료나 장비를 홍보했다. 대만 세미콘 쇼의 특별한 점은 서로 아는 관련자들끼리의 기술 미팅 장소라고 표현되어도 될 정도로, 무겁지 않은, 가볍고 편한 분위기다. 과거 세미콘 쇼에서는 장비 소개를 오프라인(Off-line)으로만 할 수 있었기에 부스에 신개념 장비나 신재료를 전시하고 그 구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실제로 쇼(Show)의 개념이었으나, 현재 대만의 세미콘 쇼는 여러 업체의 고객들의 내방을 받아 그 자리에서 기술 미팅을 소개하는 자리의 성격이 강하다. 이처럼 미팅의 형태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대만 사람들의 세미콘 쇼에 대한 진지한 태도들은 나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 예로, 대만 세미콘 하루 전날은 갈라디너쇼가 있는데 작년에는 대만 총통(대통령)까지 와서 건배사를 했다. 올해는 초대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가지는 못해 대통령 참석 여부는 확인 못 했지만 방송국에서 취재할 정도이므로 대만 내 반도체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 필자가 받은 2015년 갈라디너 초대장
전시장 층 외 다른 층에는 반도체 회사에서 기술 개발이나 시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올해 어드밴스드 패키지 포럼(Advanced Package Forum)에서는 특별히 이춘흥 사장님의 Key note 강연이 있었고 대만 내 참석자들에게도 매우 큰 호평을 받았다. 파운드리(Foundry)의 친구들이 특별히 사장님 강연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였으니. 필자도 3D IC Forum에서 TSV-less라는 프로그램(Program)으로 주제 발표를 했고, 여러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 같이 이에 관한 패널(Panel) 토의에도 참석했다. 하이닉스(Hynix)와 앰코(Amkor)가 참석한 패널 토의에서는 한국 사람이기에 대만 참석자들의 많은 질문 대상이 된다. 좋은 경쟁 구도에서 나오는 질문들이라 의미 있게 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VIP 고객 소개 중 이춘흥 사장님 모습
한류라는 큰 트렌드(trend) 하에 연예산업이 젊은이들의 인기를 받고 있지만, 대만의 젊은이들은 반도체에서 일하는 직업을 매우 선호한다. 물론 대만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반도체 산업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반도체에 대한 의식과 환경, 그리고 시끌시끌한 대만의 세미콘 쇼가 부럽기도 하고, 다시금 우리 앰코의 위치를 확인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