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무석(无锡)에 가봤느냐고 물었다. 적극 추천한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야 한다고 해서 필자도 가족들과 함께 겸사겸사 무석에 위치한 영산대불(灵山大佛)에 다녀왔다.
강소성(江苏省)에 위치한 영산대불 코스는 약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코스는 입구에서 공연되는 ‘아기부처 탄생불’, 두 번째 코스는 ‘영산대불’, 세 번째 코스는 ‘범궁’을 거치면 된다. 짧게는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되지만, 워낙 면적이 어마어마하니 하루에 다 방문하려면 매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첫 번째 코스, 아기부처 탄생불
영산대불에 가기 전 입구에서는 시간에 맞춰서 아기부처 탄생불의 목욕의식이 펼쳐진다. 부처님 탄생 때 아홉 마리의 용이 물을 뿜어 목욕을 시켰다는 모습을 재현하면서 점점 연꽃이 피어나며 아기부처가 모습을 점차 드러낸다. 대형 스피커의 장중한 음악과 함께 탄생불 쇼가 장엄하게 시작된다. 그 장중함은 음악과 함께 흘러나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탄생불 목욕의식과 함께 180도 회전을 하면 현대 과학과 탄생불 이야기의 만남으로 신비함을 더한다.
두 번째 코스, 영산대불
이제는 영산대불에 올라가 본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기에도 힘들고 장엄한 영산대불은, 무석의 산과 물의 아름다움에 어울리고 동방 불교전통문화의 운기를 충분히 나타낸다. 원래 불상의 높이는 88m인데 3층 연화좌까지 합치면 101.5m이고 청동 700여 톤이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높이가 88m인 이유는 중국사람들이 8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하계단을 통해 부처님 발아래 연화좌까지 올라갈 수 있다. 중국 내에서는 최고의 불상이며, 높이도 100m가 넘으니 바다 건너편 자유여신상보다 42m나 더 높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현존 최고의 석가모니 노천 청동상이라고 한다. 올라가서 많은 사람이 염원을 담아 불상의 발을 문지르며 소원을 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손으로 문지른 발가락은 유독 다른 곳에 비해 아주 반질반질하다. 물론 필자도 소원을 담아 빌고 왔다.
세 번째 코스, 범궁
▲ 범궁의 내부 모습
마지막으로 제일 볼만한 곳이 범궁(梵宮)이다. 2009년 제2회 세계불교포럼의 개최를 위해 새로이 건축한 현대식 국제회의 시설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관광, 회의, 공연, 전시와 문화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중국 불교의 위용을 드러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 조성되었다. 7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건축물의 외부는 ‘돈황벽화(敦煌壁畫)’의 ‘화탑’을 본떠서 디자인하였고, 내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자재들로 마감되고 치장되었다.
▲ 범궁 내부의 천정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한 범궁홀 중앙에 모셔진 불상이 순금인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세계 속에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중국의 사상과 문화, 예술, 과학기술 및 건축의 정수가 바로 이 범궁에 모여들었다. 중앙 홀을 가로질러 들어선 공연장은 360도를 빙-두른 회전식 스크린과 무대장치가 되어있고 동시에 2,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규모다. 범궁을 구경하면서는 정말 탄성이 아니 나올 수가 없다.
하루 만에 다 돌아보기에는 엄청난 규모와 각종 공연, 문화체험이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쉽다. 다음을 기약하며, 멀리서도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영산대불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