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잘 아는 ‘우육면(牛肉面, niúròumiàn, 중국어로 니우러우미엔)’과 더불어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에서도 단골메뉴로 꼽히는 ‘볶음밥(炒饭, chǎofàn, 중국어로 차오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음식으로 볶음밥을 주문하지만, 대만식당에서는 요리를 주문한 후 백반을 시킬 것인지, 아니면 차오판을 시킬 건지를 묻는다. 이렇듯 볶음밥은 백반과 같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요리 중에 하나다. 우리나라 선조들의 음식에는 볶음밥이 없었던 것 같은데, 유독 중국에는 볶음밥이 옛날부터 대중화되어있는 듯하다.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 서핑을 통해 볶음밥의 유래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알려준다.
사진 출처 : http://goo.gl/OmWfpd
“때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가 오나라의 보병에 밀려 황제까지 피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영’이라는 지역(지금의 쓰촨 성)에까지 이르자, 그곳 주민들이 황제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황제의 식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당시 ‘영’이라는 지역은 중국 제일의 피마자유의 생산지였다고, 주민들은 그 기름으로 볶은 음식을 부족하나마 황제에게 진상하게 되었다. 이후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는 환궁한 후에도 그 음식을 그리워 가끔이나마 찾았다고 한다.”
바로 이 음식이 ‘자잉위판(炸瑩御飯, zháyíngyùfàn)’이라고 불리는 볶음밥이다. 기름과 쌀이 풍족했던 중국에서는 볶음밥이 더 일반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볶음밥보다는 부족한 살림에도 여러 번 다시 꺼내먹을 수 있는 백반이 더 맞았을 것이다.
대만을 처음 여행하는 분들과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면 허기가 금방 찾아온다. 그럴 때 보통은 토속 음식을 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토속 음식에는 샹차이(香菜, xiāngcài) 즉, 향이 나는 채소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향에 대해 좀 민감한 사람에게는 다소 곤욕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이럴 때는 철판요리, 즉 ‘티에빤차이(铁板菜, tiěbǎncài)’를 추천하고 대부분 만족스러워한다. ‘鐵板(铁板)’이라는 한자는 쉽사리 읽을 수 있고, 크지 않은 동네에도 한두 군데는 있기 마련이라 찾기도 쉽다.
우리나라 철판 요리는 고급 재료를 이용해서 전문 요리사의 화려한 손놀림으로 요리가 완성되므로 다소 비싼데, 대만은 그렇지 않다. 물론 비싼 요릿집도 있지만, 대부분이 200~300원(원화로 8,000~12,000원 사이)으로, 소고기와 새우가 요리되는 철판요리를 주로 즐긴다. 물론 채소와 철판 볶음밥은 기본 코스. 그리고 대만의 철판 요리사는 매우 진지하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는 매우 화려한 동작으로 요리 솜씨를 뽐낸다면, 대만의 철판 요리사는 진지하게 철판 위에 놓인 요리만 바라보고 자르고 뒤집고 하면서 요리에 무척 집중한다. 보여주는 요리가 아닌, ‘말없이 실속있게 맛있는 요리’라고나 할까.
차오판의 ‘차오’(妙, 한자로 ‘묘’)는 대만에서는 은어로 ‘젊은 사람들의 격렬한 사랑’을 뜻한다. 그 이유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대만의 철판요리처럼, 실속 있는 요리를 찾아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맛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