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봇들은 파일럿이 아래 그림과 같이 또키라고 부르는 자동차 열쇠(또봇의 기종에 따라 형태가 다양합니다)를 보닛이나 트렁크, 조종석 등에 마련된 열쇠 구멍에 꽂으며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외치면 변신을 시작합니다. 요즘 반이는 빠방을 타고 외출할 때마다 이 동작을 꼭 한 번씩 흉내 내어야만 비로소 카시트에 앉습니다. 반이아빠는 이따금 주차장 등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반이를 운전석에 앉혀주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반이는 신이 나서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경적도 빵빵 누르곤 합니다.
▲ 또키로 또봇D를 트랜스포메이션 시작하다
사진출처 : 또봇 애니메이션
얼마 전에는 반이아빠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반이엄마한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 차 시동이 안 걸려!”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가려는데 반이가 트랜스포메이션 놀이를 한 후로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반이아빠는 일단 반이엄마를 안심시킨 후에 잠시 생각하고는, 차의 계기판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였습니다. 잠시 후 반이엄마가 보내온 계기판에는 아래 그림과 같은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 경고등
이미지출처 : http://goo.gl/kAMCIO
반이아빠는 반이엄마에게 혹시 차 키를 떨어뜨린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반이엄마는 반이가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반이아빠는, 일단 보조 키를 사용하여 마트에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반이아빠는 차 키를 살펴보았습니다. 차 키의 플라스틱으로 된 머리 부분이 약간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실 반이아빠는 낮에 반이엄마가 보낸 계기판 사진 속 경고등을 보는 순간 차 키에 무엇인가 이상이 생긴 것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반이아빠는 차 키를 분해하자마자 빠방이 시동이 걸리지 않던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반이네 빠방에는 이모빌라이저 (Immobilizer)라고 하는 차량 도난 방지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차 키와 차량이 무선으로 통신되는 암호코드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해서 열쇠를 복제하는 곳에서 열쇠를 똑같이 깎아서 온다고 해도 차 문은 열릴지언정 시동은 걸리지 않아서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 이모빌라이저는 아래 그림과 같이 차 키가 통상의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키 내부에 약간의 전자 부품과 특수한 반도체 부품이 하나 들어 있는데, 바로 이것을 트랜스폰더 칩 (Transponder chip)이라고 합니다. 송신기와 응답기의 합성어를 뜻하는 트랜스폰더 칩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배터리도 없이 몇 개의 소자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이모빌라이저 차 키
사진출처 : 필자가 직접 촬영
이모빌라이저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트랜스폰더칩이 장착된 차 키를 차량의 키 박스에 꽂고 키를 돌리면 키 박스 내부에 있는 이모빌라이저 컨트롤 시스템이 안테나 코일에 전류를 흐르게 합니다. 이 전류는 차 키 내부의 트랜스폰더 칩의 코일로 유도(노래하는 반이 1편, 전자기 유도 참조 바로가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칩이 활성화가 되면서 내장된 암호코드를 이모빌라이저 컨트롤 시스템으로 전달합니다.
이모빌라이저 컨트롤 유니트는 차량에 등록된 암호와 같은지를 판단하여 동일한 때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신호를 전달합니다. 이 트랜스폰더 칩이 없이 시동을 거는 경우 ‘끼릭끼릭’하며 시동을 걸려는 시도는 하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습니다. 이따금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래 장면처럼 핸들 아래를 부수고 전선 가닥을 몇 개 꺼내고 잘라서 ‘치직’하고 접촉하면 시동이 걸리던 장면은 아주 구형 차량에서만 가능하며, 사실은 많이 과장되어 있습니다. 하물며 이모빌라이저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이라면 ‘트랜스폰더 칩 장착 및 등록을 마친 키’가 없이는 절대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반이엄마가 보내준 사진의 계기판 속 경고등은 바로 이모빌라이저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반이아빠는 쉽게 빠방의 키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것임을 알 수 있었고, 혹시 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지를 물었던 것입니다.
▲ 키 없이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을까
영상출처 : https://youtu.be/WH47ZisppBg
한편 이처럼 시스템에서 발생시킨 전류가 사용자가 휴대한 장치의 코일로 유도되어 작동되는 원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버스카드 태그나 우리가 출퇴근 때 사원증을 태그하여 문을 여는 시스템 등에서 볼 수 있지요. 아래 사진에서 버스카드 기능이 내장된 신용카드 내부를 볼 수 있는데, 오른쪽 하단의 IC와, 이것과 연결된 카드 테두리를 도는 코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버스카드 내부의 IC와 코일
사진출처 : (좌)http://goo.gl/E7m8K0 /(우)필자가 직접 촬영
WRITTEN BY 양원모
초등학교 때 꿈은 과학자가 아니면 야구선수였고 중학교 때 꿈은 작가였다. 고교에서는 전자과를, 대학에서는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연구소 실험실에 근무하면서 주말에는 사회인야구를 하고 이제 사보에 기고하게 되었으니 어지간히 꿈을 이루고 사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