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마다 가을을 느끼게 하는 이 스산함이 계절의 변화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이맘때면 상하이 가을의 대표적 먹거리 ‘따쟈시에(大闸蟹)’가 생각난다. 한국에서는 ‘논게’나 ‘털게’라고 하는 민물게다.
▲ <사진 1> 따쟈시에(大闸蟹)
사진 출처 : yangcheng341855.4082.vh.cnolnic.com
상하이 통촨(铜川) 수산시장에서부터 동네 작은 시장까지 수산물 가판대에는 이 따쟈시에가 점령했다. 싱화(兴化), 가오춘(高淳), 타이후(太湖) 등지에서 양식된 따쟈시에들이 상하이로 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쟈시에는 양청후(阳澄湖)에서 난 것을 최고로 쳐준다. 그 때문에 이곳 상인들은 너나없이 모르는 사람들이 가면 전부 양청후 산이라고 말하곤 한다. 양청후 산은 다른 곳들의 따쟈시에에 비해 몸집이 크고 집게발 털도 더 진하다고 하는데, 필자는 아무리 보아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 <사진 2> 따쟈시에 양식장
상하이 사람들은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다. 가까이 바다는 있으나 먹거리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비롯된 오랜 버릇으로 해산물보다는 가까운 민물에서 잡은 생선을 즐기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특히, 상하이 사람들은 이즈음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민물게인 따쟈시에는 물론이고, 보리새우를 이 계절의 특별한 먹거리로 생각한다. 참고로, 이 보리새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크기보다 훨씬 크다. 예전에는 따쟈시에를 큰 호수에서 낚시로 잡았으나 수요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양식이 늘어났다. 하지만 원하는 수요에 비해 좋은 품질은 드문 편이라 가격은 다른 음식에 비해 매우 비싸다.
올해는 다행히 기후 조건이 좋았는지 양식 게의 품질이 좋아졌다. 특히, 정부에서 공무원들의 선물 단속 강화로 가을철의 대표적인 선물이었던 따쟈시에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 전반적인 가격이 예년보다 약 20% 떨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근당 100위안에 육박하니, 일반인들이 크고 좋은 것을 사 먹기에는 아직도 비싼 편이다.
맛은 어떨까? 제대로 된 맛을 즐기려면 상하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품종인 양청후 산을 먹어봐야겠다 싶어, 직접 양청후로 향했다. 상하이에서 시장에서 산 것은 양청후 산인지도 의심되지만, 현지인들 말로는 양청후에 가서 먹는 것이 가장 싸다고 한다. 어두워진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상하이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양청후에 도착했다. 휴일인데도 식당에는 그다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저녁 식사거리와 함께 따쟈시에를 주문했다.
▲ <사진 3> 따쟈시에는 꼭 묶어줘야 한다고 한다.
잠시 후, 모락모락 김을 뿜으며 접시에 가득 따쟈시에가 나왔다. 접시는 두 개였는데, 한 접시는 수게, 다른 한 접시는 암게란다. 요리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그냥 산 게를 끈으로 묶고 찜통에 찌는 것이 전부. 물론, 물에 비린내를 없애는 비법이 있다고 하지만 기본은 ‘찌는 것’이다. 그리고 게살은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맛은, 뭐랄까! 달콤한 게살의 맛과 어떤 고소한 맛이 착 어우러진 맛이라고 할까? 거기에, 바닷게는 가지고 있지 않은 단백질 성분의 탄탄한 살과 쫀득한 주황색 알을 씹는 느낌은 정말 새로운 달콤함을 입안에 퍼지게 하는 맛이었다. 맛난 것을 먹은 뒤에 손에 남은 비릿한 냄새는 옥에 티처럼 느껴졌지만.
▲ <사진 4> 맛있게 익은 따쟈시에
상하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가을 따쟈시에를 즐겨왔다. 이렇게 단백질이 풍부한 따쟈시에를 가을에 먹어 건강한 겨울을 보내려는 상하이 사람들의 지혜였던 것 같다. 더구나 맛도 일품이니 더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한번 맛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