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가장 큰 명절은 5일간의 휴일이 이어지는 설날(구정)이다. 이에 반해 추석인 ‘중추절’, 즉 ‘중추지에(中秋节, Zhōngqiūjié)’는 오직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어서, 그 분위기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가는 대만의 추석이지만, 이날 대만만의 생활 문화가 있어서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 <사진 1> 녹색 유자들이 깔린 모습
대만의 중추절에 가장 특이한 풍습 중에 하나가 ‘유자’인 ‘요즈(柚子, yòuzi)’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이다. 요즈가 열매를 맺는 시기가 중추절에 맞아 생긴 풍습 같다.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그것도 요즈 껍질에 덕담을 써서 주기도 한다. 필자도 100년 된 요즈 나무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특별함을 강조한 요즈를 한 번 받은 적도 있다.
마트나 과일 가게에서도 이맘때면, 어김없이 요즈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판매한다. 이러한 요즈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자보다는 크기가 좀 크다. 막상 가게에 가면 크기가 멜론 크기만 한 것도 자주 보곤 하니 말이다. 물론 너무 크면 상대적으로 그 당도가 떨어져서 맛은 없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주고받는 것이기에 큰 것이 더 잘 팔리는 추세다.
유치원에서는 이 요즈를 이용해 작품회도 연다. 요즈를 얼굴로 해서 인형을 표현하기도 하고, 요즈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여하튼 요즈는 대만 추석을 대표하는 과일이자 그 자체로 심벌이라 할 수 있겠다.
위의 사진에서도 보듯, 원래 유자라고 하면 노란색을 떠올리는데, 여기서는 녹색의 과일이다. 맛은 신맛이 강하고 약간 쓴맛도 난다. 한국의 시고 달콤한 유자의 맛하고는 좀 거리가 있다. 유자는 원래 중국의 양쯔 강 지역을 원산지로 하는데, 신라 시대 때 우리나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산지와 달리, 우리나라 유자차가 달고 맛난 것을 보니, 원산지가 중국이더라도 그 나라의 기후와 땅의 특성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여하튼, 대만에서 노란색의 유자 껍질이 든 유자차가 인기가 높은 것은 그 맛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사진 2> 평소와 다름 없는 시장 골목
최대 명절인 설날이나 폭죽이 밤새 터트리는 대보름과는 달리, 중추절에 대만 사람들은 매우 조용하게 가족과 함께 보낸다. 물론 중추절이나 전 주에 조상의 묘에 가서 성묘하는 가족도 많다. 또, 저녁때가 되면 가족들이 모여 집이나 건물 밖으로 나와 고기를 구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풍습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집이 적쇠로 된 불판과 숯으로 여러 음식을 바비큐를 해먹는다. 그래서 중추절 전날에는 마트에 고기가 동난다.
대만 친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물어보았으나, 별다른 의미는 없고 옛날에는 없던 풍습이었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생긴 가족 문화라고 한다. 아마도 바비큐가 보편화하고 고기가 서민까지 고루 이용할 수 있는 음식이 되면서 정착된 문화인듯하다. 또한, 향과 같이 무언가를 태우는 것을 좋아하는 대만 사람들에게는 가족끼리 모였을 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음식 문화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각 나라 간 명절에는 문화 차이가 존재하지만, 가족을 생각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생각하는 명절의 기본 문화는 우리나라나 대만이나 모두 같다고 본다. 대만의 요즈와 한국의 유자처럼, 근본은 같지만 서로 다른 색깔과 맛을 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