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가을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는 지난여름에 방문한 청도맥주축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동부에 있는 칭다오(Qingdao, 靑島)는 황해에 남쪽이 접해 있는 도시로, 1898년 독일의 조계지가 설치된 이후로 중국의 주요 무역항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또한 많이 진출해 있어 수많은 한국 사람이 사는 곳이기도 하지요. 상해에서 칭다오까지 가는 방법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비행기와 고속열차(高铁)가 있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고속열차를 탔음에도 7시간 반이나 걸리는 아주 먼 거리입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보다 거리는 가까우나 직선거리가 아니라 그런지 더 걸린 듯하네요.
칭다오도 나름 관광도시의 면모를 가지고 있고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에 볼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라 바로 맥주 박물관부터 찾기로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칭다오’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맥주이기 때문에 독자분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이름일 것 같네요. 이곳은 앞서 이야기했듯, 독일의 조계지여서 독일의 우수한 맥주 제조기술과 칭다오의 맑고 풍부한 수자원이 결합하여 세계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칭다오 맥주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먼저, 맥주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입장권 표지부터 보입니다. 성인은 60위안(한화 약 10,000원)이면 입장료와 맥주 원액 한 잔, 그리고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티켓을 줍니다. 박물관은 약 100여 년 전 당시 맥주를 생산했던 시설들을 볼 수 있고, 코스 중간중간에 심심하지 않게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박물관에 흥미를 더해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맛보는 맥주 또한 잊을 수 없는 맛이라 사람들에게 다시 찾도록 하는 그 어떠한 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칭다오에는 칭다오 맥주공장이 두 곳이 있는데 제1공장 맥주가 제2공장 맥주보다 더 맛이 있고 가격도 조금 비싸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현지 사람들 또한 제1공장 맥주를 최고로 쳐주고 있었고요.
언젠가 TV 등을 통해 칭다오의 봉지맥주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이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나 주로 길거리에서 팔고 찌는듯한 여름 오후의 날씨에 걸어 다니면서 마실 용기는 나지 않아 포기하기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맥주 축제장으로 이동해 봅니다.
매해 여름마다 열리는 칭다오 세계맥주축제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에 버금간다는데 독일에는 가보질 못해서 비교할 수 없지만 정말 큰 맥주축제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몇 해 전 우연히 송도에서 개최한 세계 맥주축제를 가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규모나 장소면에서 비할 바가 못 되는 것 같았습니다. 축제장은 시내 중심가에 넓은 공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직 여름에 열리는 이 맥주축제만을 위해서 이 장소를 계속 공터로 유지해 놓는다고 하네요. 이를 통해 얼마나 큰 축제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축제의 첫째 날 밤이 되자 인산인해를 이루며 모여드는 사람들과 맥주회사별로 큰 임시 공연장을 만들어 각종 공연과 맥주를 판매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시 한 번 대륙의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메인 공연장에선 칭다오 맥주만 팔기 때문에 필자와 일행도 운 좋게 자리를 잡고 일반 시중가보다 두 배 비싼 생맥주를 들이키며 젊음의 열기에 한껏 젖어들었습니다. 서툰 중국어와 관광객 복장으로 쉽게 한국 사람임을 알아본 옆 테이블 칭다오 현지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맥주를 들고 우리 테이블을 찾아오면서 축제다운 축제를 즐길 수 있고, 칭다오 주민들 또한 이러한 맥주축제를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신 “칭다오, 넘버 원!”을 외치며 유난히도 더웠던 칭다오에서의 여름을 맥주로 마감했습니다.
WRITTEN BY 김경수
드넓은 중국 대륙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