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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특파원] 대만 남부지방의 보양음식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대만 지인들이 특별한 제안을 한다. 대만 남쪽인 까오슝(高雄)과 타이난(臺南)으로 여행을 가자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남자들 셋이서 가는 여행이라니. 처음엔 농담인지 알고 무심코 OK 했는데, 결국 그 날이 다가오고 그들이 구체적인 여정을 소개해준다. 요번 여행의 테마는 보양식! 어느덧 필자의 나이도 반백 년을 향하고 있어 이 제안에 어쩌면 설레기도 한다.

여행지로 잡은 두 지역은 긴 나뭇잎처럼 생긴 대만지역에서 남쪽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대만을 길이로 볼 때, 2/3 남쪽에는 자이(嘉義) 시가 있는데, 이곳은 유명한 아리산(阿里山)으로 가는 열차의 시발역이다. 자이는 북회귀선을 통과하는 시로도 유명하다. 북회귀선의 위는 아열대, 남으로는 열대로 나뉘는데, 타이난과 까오슝은 자이 밑인 열대지역에 위치한 도시들이다.

타이난은 까오슝보다 위인데, 대만의 옛 수도이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과 고즈넉한 도심이 인상 깊지만, 여행의 테마가 보양식이므로 타이난의 가장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기로 한다. 대만에서 6년 동안 타지생활을 한 나는 그동안 우육면 등과 같은 많은 소고기 요리를 먹어왔는데, 재료로 사용되는 소고기는 호주산, 뉴질랜드산 혹은 미국산 고기였다. 왜 대만소고기는 없느냐는 질문을 하니, 대만산 소고기는 물소고기라 도축 후 바로 먹지 않으면 맛이 없단다. 그리고, 대만 남부는 날씨가 일 년 내내 따뜻하므로 농사 역시 일 년 내내 있어, 농사의 주된 일군인 소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농부들의 마음도 대만 소고기 요리가 흔치 않은 이유라 한다.

▲ 대만 샤부샤부 가게 주인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그곳이 여기 타이난, 우리가 있는 식당이다. 갓 도축된 대만 소를 소재로, 고기를 얇게 펴서 맑은 샤부샤부 국물에 바로 데쳐 먹는 요리다. 이곳이 타이난에서 제일 유명한 보양음식 식당이다. 물소고기라 하여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도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선한 고기라 그런지, 여느 다른 식당의 샤부샤부보다 훨씬 연하고 맛났다. 맛있는 음식은 서울에 있다고 하는 말처럼, 이 맛있는 음식이 옛 수도인 타이난에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남부지역 농사와 관련된 대만 소고기 샤부샤부! 식당 앞에서 한껏 포즈를 잡고 사진도 찍어본다.

▲ 대만 샤부샤부 앞에서 필자

다음날, 타이난보다 더 밑에 있는 까오슝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반도체 회사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체가 있고 국제공항과 항구가 있는 전형적인 수출형 공업화 도시다. 역시 여행의 테마를 살려 찾아간 곳은, 요번 여행에서 대만 친구들이 나에게 비밀로 한 음식이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재료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 먹어야 할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결국 음식의 재료가 자라(용봉)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양식으로 사용되는 재료다. 필자는 처음이라 용봉탕보다는 사이드 음식인 벌 튀김만 먹었다. 식용 벌을 튀겨 소금과 함께 먹는 음식인데, 은근히 바삭바삭하고 맛있었다.

▲ 바구니에 담긴 용봉

어쩌면 어느 독자들에게는 혐오스럽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들의 문화이므로 존중한다. 대만 지인들이 준비해준 색다른 여행에 대한 경험. 이 또한 우리의 우정을 돈독하게 하는 남자들만의 특별한 세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