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살면서 가장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싼 전기요금이다. 여름철에 덥다고 에어컨을 좀 틀었다 싶으면 수십만 원이 찍힌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볼 정도이니…. 이처럼 필리핀은 만성적 전력부족에 시달린다. 따라서 이러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필리핀에는 많은 발전소가 있고, 또 많은 발전소가 건설 중이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필리핀 전력사업에 대표적인 회사 중에 메랄코라는 회사가 있는데 우리나라 한국전력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필리핀 대표 맥주 브랜드인 산 미겔 맥주의 제조사인 산 미겔 그룹(San Miguel Corporation)도 필리핀의 대표적인 전력회사라고 한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필리핀의 전력산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오래전부터 필리핀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 주자로서 필리핀 전체 4위의 전력 공급업체라고 한다. 한국전력 외에도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회사가 현재 발전소 건립 수주에 성공하여 현재 발전소 건설 중이다.
▲ 산 미겔의 Sual 발전소, Ilijan 발전소, San Roque 발전소
사진출처 : http://www.sanmiguel.com.ph/
이렇다 보니 발전효율이 높은 원자력 발전도 당연히 오래전에 필리핀에서도 검토되었다. 마르코스 정권 시절인 1976년에 착공하여 1984년에 완공이 된 바탄(Bataan) 원자력 발전소(621MW급)가 유일한 필리핀의 원자력 발전소다. 그런데 이 원자력 발전소는 완공 이후부터 현재까지 개점휴업 상태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유는 마르코스 정권의 부패 스캔들과 부실시공 논란, 그리고 지진 안정성 우려 및 환경 단체들의 반발 등 때문인데,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논란이 된 것이 결정적 사유 중 하나라고 한다. 아직도 필리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원자력 발전 가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 바탄 원자력 발전소
사진출처 : http://goo.gl/K8vMni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필리핀 정부 일각에서 Bataan 원전을 복구해 가동하는 방안이 거론되었고, 이 원전 복구 가능성 타당서 조사를 우리나라 한국전력(KEPCO)이 맡아 진행했다고 한다. 이 조사는 2009년경에 실사가 이뤄졌는데, 조사 결과 기존 건립된 원전의 상태가 양호해 복구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발표되었고 복구비용은 약 10억 달러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어떤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 한전, 필리핀 최대 배전회사와 협력 MOU 체결
사진출처 : http://goo.gl/2U0NnW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1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 조달 문제, 그리고 경제성 검토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있어, 실질적으로 이 사업이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 과연 필리핀에서도 대부분 사람이 가진 부정적인 시각을 뛰어넘어 원자력 발전이 가동될는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우리 회사도 불안정한 전력 공급으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하루빨리 필리핀 전력 공급이 안정화 되길 희망한다.
시간이 유수와 같이 빨라 이제 2015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바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계신 독자분들 모두 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온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