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출근을 준비하면서 아침 방송마다 울려 퍼지는 지역 어린이 합창단의 ‘도레미 송’을 들으며 힘찬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째 아침부터 웬 합창인가 의아하실 겁니다. 얼마 전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을 했던 배우 줄리 앤드루스가 직접 생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었고,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레이디 가가가 《사운드 오브 뮤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감동의 눈물을 보였답니다. 새삼스럽게 왜 그랬을까요? 네, 모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랍니다.
▲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 《사운드 오브 뮤직》 오프닝 장면
사진 출처 : http://goo.gl/Z7t1wX
사고뭉치 수습 수녀 마리아가 엄격한 폰 트라프 대령 家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음악을 통해 7남매의 상처를 감싸고 대령과 사랑까지 이루며, 나치 치하에 알프스 국경을 넘어 망명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1965년 뉴욕에서 처음 개봉해 당시 미국 내에서만 무려 4년 반이나 상영되었습니다.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이 영화는 개봉 다음 해에는 아카데미 시상식 1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상, 감독상, 음향편집상, 음향상, 편집상 등 5개 분야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반백 년이 지났지만 그 인기는 여전합니다. 50주년 에디션 음반과 DVD 등이 새로 발매되었고, 제작 비화와 배우들의 회고를 담은 서적들과 프로그램들이 주요 방송사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영화가 재개봉되고 뮤지컬이 전역에서 순회공연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전 세계 스크린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거대한 영화 산업이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미국인들에게 영화는 작품 자체를 축제나 문화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서 받아들입니다. 이번 《사운드 오브 뮤직》 50주년과 같이 고전영화를 추억하는 다양한 기념행사뿐만 아니라,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신데렐라》도 공주 의상을 입은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만 시사회를 개최했고, 애니메이션 《Home》의 주연 성우인 가수 리한나가 추첨으로 선발된 한 가정에 직접 방문해 마을 전체에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분명, 영화의 프로모션 행사고 새 영화의 타이틀과 캐릭터가 계속해서 노출되지만 상업적인 인상보다는 즐거운 현장으로 보여지네요.
미국에서 영화산업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가 더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가 개방되어서 일반인들도 쉽게 할리우드 제작기술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른하늘에 천둥번개와 홍수가 일어나는 특수효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내가 초록색 벽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여기에 CG를 입힙니다. 집 하나의 세트를 지을 때는 각 벽면에 각각 다른 색과 디자인으로 얻어지는 경제성, 유리를 찍어도 카메라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유리창문의 각도가 조정되는 트릭 등을 소개받으며 오락성과 전문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답니다.
▲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우주전쟁》의 실제 소품으로 현장을 재현한 모습과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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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중인 드라마 현장에서 촬영 기법을 설명하는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사진 출처 : http://goo.gl/FbPySg
미국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로 전통문화가 내려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현재 주어진 매체를 잘 즐기고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에 그 누구보다 공감받고 지지받는 새로운 전통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사운드 오브 뮤직》 50주년 기념행사들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가 유난히 속편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보면, 그러한 문화가 잘 발전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50년이나 된 콘텐츠지만 오늘도 《사운드 오브 뮤직》 OST 음반을 들으며 편안한 하루를 마무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