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과 동시에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기대로 한국이 시끌벅적했지요. 이곳 미국에서는 미식축구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로 들뜬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모이면 축구 이야기를 하듯, 미국에서는 동료 간에 지난 미식축구에 대한 경기 평가나 출신 대학팀의 리그 소식을 나누는 것은 아주 흔한 풍경입니다. 또한, 퇴근길 집 앞 공원에서는 미래의 미식축구 영웅을 꿈꾸는 어린 소년들이 서로 몸을 부딪쳐가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 미식축구는 단연 미국인이 사랑하는 국민 스포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는 2006년 슈퍼볼 우승팀인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MVP인 한국계 선수 하인스 워드로 더 친근한 스포츠 종목이기도 하지요.
동영상 : 2014 슈퍼볼 하이라이트
영상 출처 : 유튜브 (http://goo.gl/FxZ9JL)
▲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6개 팀과 대진표
사진 출처 : http://www.nfl.com
미식축구는 유럽의 축구에 럭비를 접목해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운동 경기입니다. 축구처럼 팀당 11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쿼터별 15분씩 4쿼터가 진행됩니다. 리그를 주관하는 북미 프로미식축구연맹(NFL)은 AFC (American Football Conference)와 NFC (National Football Conference)로 나누어지며, 총 32개 프로미식축구 구단이 속해있습니다. 콘퍼런스별 16구단은 동서남북부 4개 지구로 각 4구단씩 나누어집니다.
각 구단은 9월부터 12월까지 이루어지는 정규시즌에서 16경기를 치러, 콘퍼런스별로 4개 지구 우승팀과 우승팀을 제외한 콘퍼런스 내 상위 2개팀이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플레이오프전을 치릅니다. 그리고 AFC와 NFC 각 리그 우승자는 최종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챔피언을 가리게 되는 것이지요.
슈퍼볼 챔피언에게는 1회와 2회 우승팀이었던 그린베이 패커스의 수장 빈스 롬바르니 감독 이름에서 유래된 ‘빈스롬바르디 트로피’를 받는데, 이것은 매년 새로 제작되기 때문에 우승팀이 영구히 보존합니다. 경기는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슈퍼 선데이라 불리는 일요일에 열립니다. 49회째를 맞는 올해에는 2월 1일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유니버시티 오브 피닉스 스테디움에서 경기가 시작됩니다. 미국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데다가 앰코 오피스가 위치한 애리조나 주에서 열리는 것으로 벌써 도시 전체가 미식축구 열기로 들썩거리고 있답니다.
▲ 2월 1일 슈퍼볼 경기가 열릴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유니버시티 오브 피닉스 스테디움
사진 출처 : http://www.parkhub.com
열기 속에는 어떤 팀이 우승할 것인가에 대한 긴장도 있겠지만, 슈퍼볼 특수로 기대되는 경제효과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슈퍼볼을 보기 위해 40만 명의 관광객들이 도시를 방문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역 업체 호황뿐만 아니라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며 미국 내 평균시청률 70%를 넘나드는 TV 중계에 비치는 모든 것은 곧 홍보 효과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경기 전반이 끝난 후 유명가수의 공연인 하프타임 쇼는 개런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상급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꼽힐 뿐만 아니라, 초당 1억을 넘는 비싼 광고료에도 불구하고 북미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세계 자동차 업계들이 앞다투어 광고를 내기 위해 경쟁합니다. 이로 인해 작년 슈퍼볼 이벤트로 발생한 경제효과는 약 6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한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슈퍼볼은 단순히 스포츠 경기를 넘어선, 미국 최대의 이벤트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2월 1일 슈퍼볼 경기를 치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시애틀 시호크스
사진 출처 : http://static.nfl.com
지금까지 필자에게 미식축구와 슈퍼볼이란, 앞서 언급한 하인스 워드, 하프타임 쇼, 높은 광고료 등으로 경기 자체보다는 주변 화제들로 더 많이 들어본 스포츠 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생활 중 대화에서 생활 속에서 가장 빈번히 접하게 된 스포츠가 된 만큼, 올해에는 동료들과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슈퍼볼을 시청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딜 가나 매우 붐비겠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애리조나의 열기를 경험해 보겠습니다. 올해 슈퍼볼에 진출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시애틀 시호크스 중 과연 어느 팀이 빈스롬바르디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