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대만 여름. 비록 여러 크고 작은 피해도 있었지만 끝없이 올라가는 여름 열기가 식혀져 왠지 상쾌한 기분이 드는 날이다. 기분 좋게 고객 미팅을 끝내고 호텔로 이동하는 택시를 배웅하면서 지는 태양을 등지고 회사를 바라본다. 한층 상쾌한 기분이 더해진다.
이번 달부터는 Amkor Taiwan의 공장과 그 주변을 소개해볼까 한다. 그 처음을 T5로 정했다. 물론 순서로 보면 T1부터 해야겠지만, 저자가 대만에서 처음 근무했고 가장 정이 많은 T5를 처음 소개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다.
▲ <사진 1> ATT(Amkor Technology Taiwan)의 T5공장 외부 사진
T5는 新竹(신죽, Xīnzhú) 공업단지 내 光复(광복, guāngfù)로에 위치한 건물이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알차게 범핑(Bumping, 범핑은 반도체 패키징의 최신 기술로써 고급 사양 패키징의 시작인 기술. 영어 자체의 의미가 돌기이듯, 전기적 신호를 연결하기 위해 돌기 형태 혹은 구 형태의 금속 접합 가능한 모양을 만들어주는 공정을 말한다)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만의 북서쪽인 신죽에 위치한 T5는 퇴근 무렵 여름 저녁에 창가로 들어오는 노을이 참 따뜻하다. 이 따뜻한 노을처럼 직원들 모두가 가족 같아, 연내 행사로 사내 주차장을 개방해 직원들이 한자리에서 야시장 음식을 마음껏 즐기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는 너도나도 없는 그저 즐거운 가족 모임 같다.
▲ <사진 2> ATT공장 사내 주차장에서 열린 야시장 모습
T5에서 조금 벗어나 서쪽으로 차로 20분 정도 가면, 신죽의 서쪽 끝, 바다와 만나는 난야오 항구가 나온다. 작은 항구이지만 주말이면 관광버스도 온다. 이곳에서 돔 종류의 생선회나, 자금바리인지 전복인지 모르겠지만 야생 전복 정도로 鮑魚(포어, bàoyú)라 불리는 것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이러한 난야오 항구 시장은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같은 한국 항구 시장과 별 차이가 없다. 싱싱한 해물로 손님을 부르고 가격 흥정하고 시식하고, 이 모든 모습이 한국과 같다. 가끔 특별한 손님이 오면 회를 사서 서쪽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나누어 먹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운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사진 3> 해산물이 가득한 난야오 야시장의 어느 상점
여름이 다가오면 으레 짜증 나는 일도 많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도 많겠지만,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며 자기 주변의 사소한 것을 사랑하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