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반이는 다섯 살이 되었고, 재작년 12월에 태어났던 찬이는 얼마 전 돌잔치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반이네는 이번에 이사를 했습니다. 반이에게는 놀이방이 생겼고요, 찬이는 형아 뒤만 졸졸 따라 기어 다니면서 열심히 방해하고, 혼납니다. 그러면 반이아빠는 가만히 찬이를 안아서 냉장고 앞으로 갑니다. 냉장고 앞에는 찬이가 좋아하는 가족들의 사진이 자석으로 고정되어 잔뜩 붙어 있습니다. 반이아빠는 하나 짚어가며 열심히 찬이에게 말을 가르칩니다. “엄마, 아빠, 형아.” 반이는 아직 “웅.”, “어.” 소리만 낼 뿐 잘 따라 하지는 못합니다. 반이아빠는 그런 찬이가 무척 귀엽습니다.
한편 반이는 새로 갖게 된 놀이방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반이는 작년 후반부터 새로운 장난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몇 해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터닝메카드입니다. 건전지가 들어가는 장난감들은 전류가 흐름으로써 동작합니다. 전류는 모터를 돌리고 스피커를 울려 소리를 나게 하고, LED를 빛나게 합니다. 이러한 출력소자들을 잘 조합하여 아이들을 즐겁게 만든 것이 건전지가 들어간 장난감의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난감들은 최대 단점이 바로 건전지를 충당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귀찮고, 한꺼번에 여러 장난감의 건전지를 교체할 때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터닝메카드는 혁신적인 장난감입니다. 일단 건전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당연히 반도체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번외편으로 반도체가 들어 있지 않은 장난감과 주변 기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터닝메카드의 놀이방법은 이렇습니다. (애니메이션 설정상 미니카 생명체) ‘메카니멀’을 얇은 철판이 내포된 ‘메카드’를 지나가도록 굴려줍니다. 그러면 메카니멀에 내장된 자석이 철판과 붙으려고 하면서 자석과 연결된 고정장치를 풀리게 하고 (반이는 “또잉!”이라고 칭하는) 스프링의 탄성이 관절들을 밀어내며 동물의 속성을 가진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반이는 터닝메카드 중 ‘피닉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 터닝메카드 피닉스
사진출처 : https://goo.gl/UgI3fN
냉장고에 사진을 붙여주고 터닝메카드의 부품으로 쓰인 자석은 182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그야말로 천연의 돌인 ‘자석’ 상태로 사용하였습니다. 자석은 영어로 마그넷(magnet)인데 터키의 서쪽 끝 마그네시아 지방에서 천연 자석을 발견하여 그 지명으로부터 마그넷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자석은 다양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N극과 S극이 있으며,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잡아당깁니다. (여기까지는 반이도 알고 있습니다)
▲ 자석의 인력과 척력
사진출처 : https://goo.gl/7qav11
그리고 자석은 아무리 잘게 잘라도 각각의 N극과 S극이 다시 생깁니다. 이론상 자석의 두 극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외부 자기장에 의한 자성에 따라 일시자석과 영구자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시자석은 전자석처럼 외부 자기장을 제거하면 자성이 없어집니다. 전류가 흐를 때만 자성을 띄게 할 수 있어서 스위치, 모터, 전화기 등등 생활 속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지요. 영구자석은 일단 자성을 가지면 외부 자기장을 제거해도 장기간 자성을 보유합니다. 모양에 따라 막대자석, U자형의 말굽자석 등이 있습니다.
▲ 말굽자석
사진출처 : https://goo.gl/gEqiv5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은 네오디뮴 자석입니다. 너무 강력해서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하지요. 자기장이 가전제품을 손상할 수도 있으며, 서로 붙으려고 하다가 중간에 있는 물체를 파손시키기도 합니다. 손등을 사이에 두고 두 개를 붙일 수도 있으니, 자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지요?
▲ 네오디뮴 자석
사진출처 : https://goo.gl/v4gMqL
▲ 네오디뮴 자석
사진출처 : https://goo.gl/gRuVZN
영상출처 : https://youtu.be/gO9ximFwYf0
행여라도 유아나 영아가 두 개 이상의 자석을 삼켰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장 내부에서, 장벽을 사이에 두고 자석끼리 붙어버리면 가운데에 낀 장벽이 괴사하면서 장 출혈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 협착은 매년 보고될 만큼 흔한 사례입니다. 따라서 터닝메카드처럼 자석이 포함된 장난감은 각별한 주의를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한편, 그렇다고 해서 전자석이 영구자석보다 강한 자장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석은 전력만 충분하다면 이론상으로는 한없이 강해집니다.
▲ 쇠붙이를 들어 올리는 전자석 크레인
사진출처 : https://goo.gl/KQTmpO
자석이 갖는 자기장을 활용하여 구현한 최고급 기술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자기 부상 열차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드디스크는 자성 물질이 있는 원판(Platter, 플래터)에 자기를 정렬하는 원리로 기록하고 지웁니다. 그러므로 하드디스크 주변에 강한 자석 등의 외부 자기장을 주면 데이터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 하드디스크 플래터
사진출처 : https://goo.gl/oHG6aE
자기 부상 열차는 자기를 이용해 열차를 선로로부터 띄운 후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띄우기 위한 힘과 움직이기 위한 힘 두 곳 모두에 자기장이 쓰입니다. 열차를 띄우는 데는 자석 양극의 척력을 이용하는 반발식과, 자석과 자성체의 인력을 이용하는 흡인식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부상 열차는 소음이나 진동 등이 적고 고속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인천공항 주변 일부 구간에서 자기 부상 철도를 운영하고 있지요. (다음 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자기 부상 열차
사진출처 : https://goo.gl/gVDz5i
WRITTEN BY 양원모
초등학교 때 꿈은 과학자가 아니면 야구선수였고 중학교 때 꿈은 작가였다. 고교에서는 전자과를, 대학에서는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연구소 실험실에 근무하면서 주말에는 사회인야구를 하고 이제 사보에 기고하게 되었으니 어지간히 꿈을 이루고 사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