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BJT에서도 PNP형 BJT가 있었고 NPN형 BJT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MOSFET에서도 어떤 캐리어를 전류 흐름에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PMOS(P채널 MOSFET)과 NMOS(N채널 MOSFET)으로 나뉩니다.
▲ PMOS와 NMOS ⓒ백종식
소스와 드레인이 P형 반도체 영역이고 실리콘 기판이 N형 반도체 영역으로 되어 있는 것이 PMOS이고, 반대(소소의 드레인이 N형 반도체 영역이고 실리콘 기판이 P형 반도체 영역으로 되어 있는 것)로 되어 있는 것이 NMOS입니다. 눈치를 챘겠지만, PMOS에서는 정공이 전류를 이루는 캐리어가 되고 NMOS에서는 전자가 전류를 이루는 캐리어가 됩니다. 소스와 드레인 사이, 게이트 밑 부분을 채널이라고 부릅니다. PMOS에서는 P형 채널이 형성될 것이고, NMOS에서는 N형 채널이 형성되겠지요. 자, 이제 MOSFET이 작동하는 원리를 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MOSFET은 공핍형 MOSFET과 증가형 MOSFET으로 나뉘는데요, 공핍형은 평상시에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채널이 형성되어 있어, 전류가 흐르다가 게이트를 닫아주면 전류가 차단되는 형태로 동작하고 증가형은 반대로 평상시에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채널이 형성되지 않아 전류가 흐르지 못하다가 게이트를 열어주면 전류가 흐르게 되는 형태로 동작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캐리어가 흐를 수 있는 채널의 형성 여부에 따라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류의 흐름이 제어된다는 것입니다. 뭔가 좀 어려워지는 것 같지요? 증가형 MOSFET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NMOS만 고려해 보겠습니다.
▲ 증가형 MOSFET 구조 ⓒ백종식
위의 그림에서 보듯, NMOS의 소스와 드레인은 N형 영역으로써 전자가 다수 캐리어이고, 두 영역의 사이에는 P형 영역으로써 정공이 다수 캐리어입니다. 평상시에는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자가 흘러갈 수 있는 채널이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자가 흘러가려면 N형 영역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게이트에 양의 전압을 걸어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게이트와 실리콘 기판 사이에 유전체가 끼어있어서 전류는 흐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장(전계)이 형성되어 게이트 밑부분에 있는 정공들이 척력을 받아 밀려나고 전자(P형 영역에서의 소수 캐리어)들이 인력을 받아 몰려들어 N형 채널이 형성됩니다. 이 N형 채널은 전자가 달려갈 수 있는 도로인 셈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N형 채널을 반전층이라고 부릅니다. P형 영역의 다수 캐리어는 정공이었는데, 게이트에 걸어준 양의 전압 때문에 다수 캐리어인 정공이 물러나고 소수 캐리어인 전자가 몰려들어 캐리어 영역이 P형으로부터 N형으로 반전되었기 때문에 반전층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반대로 게이트에 음의 전압을 걸어볼까요? 인력에 의해 정공들이 끌려오겠군요, 처음보다 더 많은 정공이 게이트 밑에 모이게 되겠네요. 전자가 달릴 수 있는 통로가 더 굳세게 닫힌 셈입니다. 전류가 흐를 수 없겠지요. 증가형 NMOS의 경우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전자가 흐를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기 위해 게이트에 양의 전압을 걸어주었는데, 통로가 간신히 만들어져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전압을 문턱전압(threshold voltage)이라고 부릅니다. MOSFET은 문턱전압 이상의 전압을 게이트에 걸어줘야 전류가 흐른다는 것을 꼭 기억하십시오.
반도체 업계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유명합니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입니다. 쉽게 말하면 동일 면적에 더 많은 소자를 집적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MOSFET의 소자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 실리콘 노드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20나노나 10나노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MOSFET에서 게이트의 폭을 일컫는 말이고 나노라는 것은 십억분의 일을 나타내는 접두어로써 10나노(정확하게 말하려면 10나노미터라고 해야 합니다)는 백 분의 일 마이크론입니다. 실감이 나지 않는 크기이지요. 10나노는 구리 원자를 약 40개 정도 일렬로 세운 길이입니다. 이런 정도의 크기로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네요.
MOSFET을 줄이면서 얻게 된 장점들은 아주 많습니다. 당연히 동일 면적에 더 많은 MOSFET을 담을 수 있으므로 고성능화되었고, 최종 제품의 크기는 줄어들었고, MOSFET 하나당 가격은 줄어들었으며, 다른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고질적인 문제들도 발생하게 되었는데요. 게이트 크기만 줄여서는 전체 소자의 크기를 줄일 수 없지요. 배선들의 폭도 줄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결국은 배선의 저항이 증가하게 됩니다. (저항은 배선의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하므로 배선의 폭이 줄면 저항은 증가합니다) 게이트의 폭이 줄어들면서 문턱전압 이상의 전압을 게이트에 가해주지 않더라도(동작상태가 아니라 standby 상태입니다) 통계상 고에너지를 갖는 일부 전자가 소스로부터 게이트를 통과해서 드레인으로 가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흐르지 않아야 할 전류가 의도치 않게 흐르는 것인데 이것을 문턱아래누설(subthreshold leakage)이라고 부릅니다. (누설전류는 여러분들의 휴대용기기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이 소비되어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는 원인이 됩니다)
게이트의 성능을 향상하게 시키기 위해 유전체의 두께는 얇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게이트로부터 실리콘 기판으로 전류 터널링이라는 양자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누설전류로써 불필요하게 제품의 소비전력을 높이는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물론 게이트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오는 공정상의 어려움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합니다.
이러한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도 MOSFET이 현대의 디지털 기기에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BJT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므로 집적도에 유리하고 공정이 단순하여 생산단가가 낮습니다. 또한 BJT는 베이스 전류로써 이미터와 컬렉터 사이의 전류를 제어하므로 제어에 따른 전류의 소비가 있지만 MOSFET에서는 게이트와 실리콘 기판 사이에 전기장만을 형성하고 실제로 전류를 흐르게 하지는 않으므로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전류를 제어하는 데 따른 전류의 소비는 없습니다. 즉, 디바이스 작동에 따른 전력소모가 BJT에 비해 작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반도체를 이용한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에 대해서 배웠고, 현대 디지털문명의 핵심 주인공인 MOSFET의 원리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