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정공이 다수캐리어인 p형 반도체(흰 점으로 표시된 것이 정공입니다)와 전자가 다수캐리어인 n형 반도체(검정 점으로 표시된 것이 전자입니다)가 한 면에서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에는 각각의 다수캐리어들은 균일하게 분포하여 있었습니다. 물론 이온화된 도너 또는 억셉터도 균일하게 분포하여 있으며, 각각의 반도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상태입니다. (p형 반도체에서는 음이온과 정공의 수가 같고, n형 반도체에서는 양이온과 전자의 수가 같으므로 전기적으로는 중성입니다) 그러다가 한 면에서 두 반도체가 만나면 접합면 부근의 정공(p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과 전자(n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가 서로 끌려 오다가 만나겠지요. (이때, 이온화된 도너나 억셉터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음에 유의하세요)
정공과 전자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없어집니다. (정공은 전자의 빈자리이므로 전자를 만나면 빈자리가 채워지는 셈이므로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요) 이것을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이라고 부릅니다.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이 일어나면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차근차근 이해해 보도록 합시다.
전자와 정공은 혼자서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자리에 양이온과 음이온을 생성한다고 했지요. (n형 반도체는 도너를 이온화시키면서 전자가 전도대로 올라가는 것임을 기억하세요, p형 반도체는 억셉터를 이온화시키면서 정공이 가전자대에 생성되는 것이고요)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한 자리에는 음이온(p형 반도체)과 양이온(n형 반도체)만 남게 됩니다.
접합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각 반도체 내에는 다수캐리어와 불순물(도너 또는 억셉터) 이온이 같은 수로 있어 전기적으로 중성이었는데, 접합이 이루어진 후에는 접합면 부근 다수캐리어들이 재결합을 이루며 소멸하여, 그 부분에는 이온들만 존재하게 되므로 전기적 중성이 깨지게 됩니다. 이렇게 다수캐리어들이 재결합으로 소멸한 접합면 부근의 영역을 공핍층(depletion layer, 다수캐리어가 없어졌으므로)이라고 부르고, 결과적으로 전기적 중성이 깨져서 전하를 띠게 되므로 공간전하영역(space charge layer)이라고도 부릅니다.
각각의 반도체 영역에서 다수캐리어들이 모두 접합면으로 끌려와 재결합하면서 소멸해버리면 전류가 흐를 수 없는 부도체가 되어버리겠다는 걱정이 안 드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행스럽게도 pn접합을 하면서 생성된 공핍층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장치니까요.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면서 소멸(공핍층이 생기고)하고 이온(p형 반도체 쪽에는 음이온, n형 반도체 쪽에는 양이온)들만 남아서 p형 반도체 쪽에 ‘–‘ 전기를, n형 반도체 쪽에는 ‘ ’ 전기를 띠게 되므로 공핍층 내에 전위(potential)가 형성됩니다.
이 전위는 n형 반도체 내의 전자가 p형 반도체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p형 반도체 쪽에 생겨난 ‘–‘ 전기가 전자의 접근을 막지요) 마찬가지로, p형 반도체 내에 있던 정공들도 이 전위로 인해 더 n형 반도체 쪽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n형 반도체 쪽에 생겨난 ‘ ’ 전기가 정공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밀어내지요) 이렇게 공핍층 내 이온으로 인해 생겨난 전위로 다수캐리어들이 더 끌려올 수 없도록 전위장벽이 생기는데, 이를 접촉전위(contact potential)라고 부르며 실리콘 pn접합일 때 접촉전위의 크기는 대략 0.6~0.7V 정도 됩니다.
이렇게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한 면에 접촉해 놓은 것이 반도체 소자의 가장 기본인 다이오드입니다. 축하합니다! 기본적인 반도체 물리학을 이해하게 되었고, 드디어 반도체 소자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다이오드에 전압을 걸어주면 어떻게 될지 살펴봅시다. 먼저 전압을 걸어주기 전을 생각해 봅시다. 물이 담긴 대야의 한 부분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잉크는 떨어진 지점으로부터 번져나가 결국 대야 전체에 균일하게 섞이게 될 테지요. 이것을 확산이라고 부릅니다. 농도가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물질이 이동하여 결국 농도의 차이가 없도록 균일하게 섞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럼, 위의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에서는 확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즉, 전압을 걸어주지 않아도 확산으로 정공이 많은 p형 반도체 쪽에서 n형 반도체 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전자가 많은 n형 반도체 쪽에서 p형 반도체 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전류가 흘러야 하지 않을까요? 정답은 “No!”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각 다수캐리어의 농도 차이로 확산이 일어나 전자와 정공의 재결합이 일어나지요. 그러면서 공핍층이 생겨나고 전위장벽(접촉전위)이 발생해 그 이상의 확산을 막습니다. 즉, 농 차로 인해 각 다수캐리어들이 확산하려고 하는 경향과 전위장벽이 평형(줄다리기를 생각해 봅시다. 힘의 크기가 같아서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평형상태’라고 말하지요)을 이루어 캐리어들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즉, 다이오드에 전압을 걸어주기 전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습니다.
이제 다이오드에 전압을 걸어주는 경우를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봅시다. 먼저, p형 반도체 쪽에 ‘ ’ 단자를, n형 반도체 쪽에 ‘–‘ 단자를 연결하게 되면 이것을 순방향 바이어스(forward bias)를 걸어준다고 표현합니다.
정공과 전자가 신이 났습니다. 전위장벽 때문에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순방향으로 전압을 걸어주면(순방향 바이어스) p형 반도체 내에 있던 정공들은 접합면을 넘어 ‘–‘ 전압이 걸려있는 n형 반도체 쪽으로 달려가고 n형 반도체 내에 있던 전자들은 접합면을 넘어 ‘ ’ 전압이 걸려있는 p형 반도체 쪽으로 달려갑니다. 접합면을 지나 n형 반도체 쪽으로 들어간 정공은 소수캐리어(n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는 전자이므로 정공은 소수캐리어가 되는 것을 상기하세요)가 되고, 접합면을 지나 p형 반도체 쪽으로 들어간 전자 역시 소수캐리어(p형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는 정공이므로 전자는 소수캐리어가 되겠지요)가 되어 전류를 흐르게 합니다. 이 전류를 소수캐리어에 의한 전류라고 부릅니다.
다이오드에 흐르는 전류는 소수캐리어로 작용하는 정공과 전자에 의한 전류의 합이 됩니다. 외부에서 전압이 계속 유지되는 동안은 전원으로부터 캐리어들이 계속 공급되는 셈이므로, 위의 현상이 계속 일어나게 되겠지요. 한 가지 더 생각해 본다면, 걸어주는 전압은 최소한 전위장벽보다는 커야 다수캐리어들이 전위장벽을 넘어 상대편 반도체 쪽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이제, p형 반도체 쪽에 ‘-‘ 단자를, n형 반도체 쪽에 ‘ ’ 단자를 연결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것은 역방향 바이어스(reverse bias)를 걸어준다고 표현합니다. 전자는 ‘ ’ 단자 쪽으로 끌리고, 정공은 ‘–‘ 단자 쪽으로 끌리게 되는데, ‘ ’ 단자는 n형 반도체 쪽에, ‘-‘ 단자는 p형 반도체 쪽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전자는 n형 반도체 쪽으로, 정공은 p형 반도체 쪽으로 끌리게 되는 셈입니다.
즉, 각 반도체의 다수캐리어들이 접합면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됩니다. 다수캐리어가 접합면으로부터 멀어지면, 그 영역에는 도너 또는 억셉터의 이온만 남게 되므로 결국 공핍층이 더 커지고 (공간전하영역이 확대되겠지요) 전위장벽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즉, 다수캐리어는 접합면을 넘어 상대편 반도체 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므로 다수캐리어에 의한 전류는 흐르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수캐리어에 의한 전류를 고려해야 합니다. p형 반도체 내부에는 적은 양의 전자(소수캐리어)가 존재하고 n형 반도체 내부에도 적은 양의 정공(소수캐리어)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도너와 억셉터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실리콘 자체에서 발생한 것들인데 (진성반도체의 경우 상온에서 실리콘 내의 일부 전자가 열에너지를 얻어 전도대로 올라가면서 가전자대에 정공을 남긴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상온에서 이들의 양은 극히 적습니다. P형 반도체 내에 있는 전자(소수캐리어)는 역방향 바이어스에 의해 p형 반도체 쪽으로부터 n형 반도체 쪽으로 접합면을 통과하여 흐르고 n형 반도체 내에 있는 소수캐리어로서의 정공 역시, n형 반도체 쪽으로부터 p형 반도체 쪽으로 접합면을 통과하여 흐르므로 소수캐리어에 의한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 전류를 역포화전류(reverse saturation current)라고 부릅니다.
소수캐리어의 양이 극히 적으므로 역포화전류는 무시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순방향 바이어스를 걸어주면 다이오드에 전류가 흐르고, 역방향 바이어스를 걸어주면 다이오드에 전류가 흐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이오드의 전기적 특성은 물의 흐름으로 생각하면 쉽겠네요. 물이 한 방향으로는 흐를 수 있고 반대 방향으로는 흐를 수 없도록 만들어진 특수한 파이프를 생각해봅시다. 파이프 내부에는 물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판이 장치되어 있는데, 이 판은 앞 뒤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있으며 스프링에 연결되어있습니다.
파이프의 아래쪽 벽에는 스토퍼가 장치되어 있어서 판이 한쪽으로는 열릴 수 있지만 반대쪽으로는 열릴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을 때는 스프링에 의해 판이 잡아 당겨져 파이프가 막히게 됩니다. 물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게 해볼까요? 수압이 왼쪽으로 걸리지만 판이 스토퍼에 걸려서 파이프가 여전히 막혀 있으므로, 물이 흐를 수 없습니다.
그럼 반대 방향으로 물을 흐르게 해 볼까요? 반대 방향으로 수압이 걸리면, 판이 열리면서 (스프링이 늘어났군요) 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압이 스프링의 힘보다 커야 판이 열리고, 작으면 판이 열리지 않으므로 물이 흐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압은 걸어준 전압으로, 수압의 방향은 바이어스의 방향으로, 물의 흐름은 전류로, 스프링의 힘을 전위장벽으로 이해하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