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 아침, 가족들과 함께 오래간만에 상해 외곽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며칠 동안 미세먼지로 인해 나가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하루가 되었다.
주자각(朱家角, zhūjiājiǎo, 중국어로 ‘주자지아오’)은 상해에서 가장 오래된 수향마을(水鄕, 물가에 있는 물의 도시)로 ‘동양의 베니스’로 불린다. 약 1,700여 년 전에 형성된 촌락인 물의 도시로, 대부분 물길을 따라 연결되어 있으며 36여 개의 돌다리가 이어져 왕래하고 있다. 주자각의 입장료는 없으며 1991년 중국 문화의 유명한 마을로 선정되었고, 2011년 APEC 정상회담 때 각국 정상이 이곳을 찾아 감탄하였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주자각 고성은 송나라 때부터 시장이 형성되어 수상교통 요지로, 현재는 고성의 완벽한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상해를 여행하는 관광객이 꼭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주자각의 중심에는 ‘방생교’라는 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설한 성조스님이 다리 아래서는 방생만 하고 절대로 물고기나 자라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하여 이와 같은 이름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다리 끝에서 할머니들이 강가에 방생을 하라고 금붕어를 팔고 있다.
또한, 주자각은 배우 한지민과 소지섭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카인과 아벨》 촬영지였던 터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졌다. 상해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특히 이곳에서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인 《미션임파서블 3》도 촬영되어, 이곳을 여행하다 보면 절로 드라마와 영화 속 배경이 떠올라 또 다른 감흥을 느껴볼 좋은 기회가 된다.
이러한 드라마와 영화 속 배경 이외에도, 마을 자체가 그림처럼 정말 아름답다. 현지인이 노를 저어주는 쪽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고 구경하다 보면, 작은 골목길이 이어진 현지인들의 시장이나 다리를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정말 베네치아가 동양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물론 필자는 베네치아를 가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배는 서너 명만 타면 바로 출발을 한다. 편도 요금이 65위안(약 한화 11,000원)으로 10분 조금 넘게 타고 가는데, 한국 돈으로만 만원이 넘으니 이곳 기준으론 비싸다고 할 수도 있겠다.
주자각에 가기 전, 지인에게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막상 가서 보니 강물이 탁하지만 냄새는 없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그 물에 채소를 씻어 먹기도 하고 빨래도 하고 간단한 설거지도 하고 있었다. 구경하면서 여러 가지 먹거리들이 풍부함을 알 수는 있었지만, 이 광경을 보고 나서는 선뜻 음식을 사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상해에 온다면 꼭 한 번쯤은 경치를 보러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