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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특파원] 필리핀의 쇼핑몰과 구멍가게 이야기

필리핀의 연말연시도 다른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쇼핑의 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형 쇼핑몰에는 주변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 세일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즐비하다. 주로 금~토~일요일 3일간 진행되는 주말 세일이 11월 말부터 12월에는 매주 열린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주말에 쇼핑몰을 나가면 주차 전쟁을 벌여야 한다.

 

빅 세일은 주로 대형 쇼핑몰에서 한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형 쇼핑몰은 ‘SM Mall’. 우리나라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있듯 필리핀에도 대형 쇼핑몰이 발달해 있다. 단순히 대형 슈퍼마켓을 넘어선 ‘대형 복합 쇼핑몰’이다. 우리나라 백화점하고는 또 다르다. 필리핀의 대형 쇼핑몰은 그 안에 모든 것을 전부 넣었다고 보면 된다. 백화점부터 대형 슈퍼는 물론, 수많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레스토랑과 아이들 놀이동산을 축소해 놓은 테마파크도 들어서 있다. 극장은 물론이고 전자랜드, 은행, 심지어는 병원까지 있다.

▲<사진 1> 멀리서 본 SM Mall의 모습

사진 출처 : http://en.wikipedia.org

 

필리핀에 대형 복합 쇼핑몰이 발달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사시사철 더운 나라다 보니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여름을 나기란 쉽지 않다. 선풍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대형 쇼핑몰로 몰려든다. 그렇게 쇼핑부터 외식, 아이들 놀이동산까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복합 쇼핑몰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지금 현재도 필리핀 전국 곳곳에는 큼직큼직한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있다. 필자도 필리핀에 처음 왔을 당시에는 몇 주에 걸쳐 주말마다 쇼핑몰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큰 소일거리 중 하나였다. 겨우 한두 번 다녀봐서는 매장 위치와 길을 다 외울 수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복잡했다.

 

필리핀에는 이러한 대형 복합 쇼핑몰뿐만 아니라 ‘싸리싸리 스토어’라고 하는 조그마한 구멍가게들도 정말 많다. 필리핀 사람들은 주업이든 부업이든 자영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일 흔하고 쉽게,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싸리싸리 스토어다.

 

▲<사진 2> 어느 싸리싸리 스토어의 모습

사진 출처 : http://retirednoway.files.wordpress.com

 

‘싸리싸리(Sari-Sari)’의 뜻은 짐작하듯 ‘여러 가지 다양한, 잡다한’이라는 뜻이다. 필리핀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구멍가게를 볼 수 있다. 많은 잡화를 가져다 놓고 보안용 쇠창살을 벽에 설치해 놓고 그 안에서 물건을 파는 형태다. 크게는 우리나라 동네 슈퍼마켓만 한 크기부터 한 평 남짓한 크기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집 한 켠을 개조해 만든 조그마한 것들이다. 특별하게 건물을 짓거나 임대할 필요가 없고 그냥 자기 집 벽 한쪽을 뚫고 여길 통해 물건을 팔게 하면 끝이다. 물론 소매가격이다 보니 대형 쇼핑몰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긴 하지만 거리상이나 편리성 때문에 종종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유지가 된다고 한다. 다만 너무 많이 난립하다 보니 경쟁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대형 쇼핑몰들이 골목 상권까지 손을 뻗쳐, 기존에 있던 동네 슈퍼마켓들이 피해를 입고 문을 닫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필리핀도 대형 쇼핑몰들이 발달해 있지만 아직은 싸리싸리 스토어를 위협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아직까지는 서로 공존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