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에서의 환풍구 사고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일본에서도 며칠 간 계속해서 방송되는 중이다. 이곳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말하면서 ‘또’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걸 들으니 올해 사고가 잦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이 있었던 후, 주말에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갔다가 오마쯔리(お祭り, おまつり, 축제)라고 하기엔 규모가 좀 작은 마을축제를 하기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져서 들렀다. 처음 눈에 띈 것이 경찰차와 구급차였다. 경찰 2명과 구급대원 2명이 차량 옆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듯도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걱정이 너무 많은ㅡ일본에서는 신빠이쇼(心配症, しんぱいしょう, 걱정증 혹은 염려증)라고 하며, 일본 사람이 자신에게 이런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ㅡ일본인이라고 피식 웃으며 지나쳤을 텐데, 한국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보니 이게 바로 안전의식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아무리 많게 봐도 1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경찰과 구급대원을 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안전요원 2명이 길에 펜스를 치고 행인이나 차량을 안내하는 모습이다. 건물이나 보도, 도로에 공사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안전요원을 양방향에 배치하는 것이 일본의 규칙인 모양이다. 별 공사도 아닌데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일본 사람들은 이러한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보도 위에서 지게차가 작업을 해도 작업자만 있고, 안전요원은 없는 서울의 풍경과는 확실하게 대비가 되는 풍경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온타케 산의 분화로 산 정상에 있던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고가 있었다. 연일 TV에서는 분화를 예측하지 못한 당국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출연해 수증기 분화는 예측할 수 없다고 해명을 해도 한동안 대중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올해에는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산사태가 많이 일어나 집들이 파묻히면서 인명 피해가 나기도 했다. 천재(天災)에 가까워 과연 이런 때에는 어떤 대책이 있을까 싶지만, 일본은 이에 최대한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매뉴얼을 내놓을 것이다.
동영상 <일본의 온타케 산 구조활동 모습>
영상 출처 : 朝日新聞 (http://bcove.me/9i7rkrum)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일본 사람들은 여러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진도 생활 일부가 되었고, 대부분 집은 내진 설계가 되고 집집이 비상용품이 구비되어 있다. 언제 있을지 모를 재해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의 화산 폭발로도 화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후지 산에 대한 보도가 여러 번 방송되는 걸 본 적이 있다.
▲<사진> 온타케 산의 분화
사진 출처 : http://news.guideme.jp/kiji/823023ca3278154b286705b5c7956737
세계 화산의 8% 정도가 일본에 있다고 하니 화산의 수는 또 얼마나 많은 것인지. 그럼에도 화산의 수혜로 각지에 엄청나게 많은 온천이 있지 않은가. 일본 사람들은 화산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온천을 즐기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어떤 면에서는 낙천적이다. 유명한 온천 지역일수록 활화산에 가까이 있다는 뜻인데, 안전을 중요시하는 일본이라 그런지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더욱 이번 온타케 산의 갑작스러운 분화는 일본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예고 없는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