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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파원] 상하이의 사라져 가는 길거리 포장마차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이제 가을이 우리 곁에 자리 잡았음을 알리는 것 같다. 이곳 상하이는 원래 이즈음에는 비도 많이 오고 흐린 날이 많은 게 예사인데, 요즘 날씨는 청명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높은 하늘과 한들한들 흘러가는 구름은 마치 파란 도화지 위 흰색 물감을 흩뿌린 듯하고, 석양의 지평선으로 걸린 햇살은 자줏빛과 붉은빛을 구름 위로 흩뿌린다. 가을날의 높은 하늘 위에서 한 편의 시를 쓰는 듯,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해가 지고 나면 하늘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별들이 반짝인다. 작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던 가을날의 정취를 요즘 상하이에서 정말 오랜만에 만끽한다.

 

▲ <사진 1> 상하이의 멋진 하늘 사진

 

이즈음이면 동네 어귀의 한적한 도로에는 삼삼오오 줄을 지어 포장마차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조금 일찍 문을 여는 곳은 저녁 식사를 대신할 음식들을 만들어 팔고, 늦은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은 대부분 꼬치구이를 파는 곳이다. 이른 시간에 여는 곳에서는 음식을 주로 팔다 보니 붉거나 튀기는 음식이 대부분인데, 늦은 시간에 여는 곳은 대부분 숯으로 노릇노릇 구운 꼬치를 판다.

 

▲ <사진 2> 꼬치를 굽는 모습

 

숯에서 구워지는 향긋한 꼬치구이 냄새는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향료와 같은 묘한 매력이랄까. 그래서 저녁 늦은 시간에 포장마차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다 보면,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여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친구들이나 연인들 혹은 이웃들이 모여 꼬치구이에 맥주를 곁들여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우리나라 어느 동네 포장마차 골목을 연상시킬 정도로 무척 닳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조금 다른 모습이 있다면, 이들 중 누구도 심각한 표정을 지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참 긍정적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 <사진 3> 풍성한 꼬치들. 이게 전부 40원이다.

 

여기서 먹는 꼬치는 참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양 꼬치’가 있고, 소고기나 닭고기 같은 꼬치도 부위별로 나뉘어 다양하게 준비되며, 채소 종류도 매우 많다. 부추, 가지, 마늘 등 이름을 알 수 없는 채소들과 해물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니. 다양한 음식으로 만든 구이를 즐길 수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그야말로 서민들의 장소라는 생각을 가질만하다. 또한, 주로 맥주만 팔고 있어서 과음하지 않고 가볍게 대화를 하며 먹으며 즐기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장소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 작년 가을과 겨울에 단골로 찾던 포장마차 골목이 올해 정비사업으로 인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길가에 않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는 이제 골목길 구석으로 내몰렸다. 필자도 지난해 길에서 장사하시던 분을 어렵게 골목 어귀 작은 꼬치 집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분의 이야기로는 정비사업 이후 가게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자기처럼 가게를 세내어 운영할 수 있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더 후미진 곳으로 가서 장사하거나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사진 4> 야외에 놓여진 테이블

 

도시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관리상 문제가 많은 곳은 사라져야 하는 게 옳지만, 이렇게 우리가 도란도란 앉아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들과 추억들이 사라지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라진다는 아쉬움을 쉽게 떨칠 수 없는 것은, 그도 나도 같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