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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특파원] 일본의 스모 이야기 (すもう)

일본의 국기(國伎)인 스모(相撲, すもう).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히는 스모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이 스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스모는 동그란 원으로 된 씨름판 안에서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원 밖으로 밀어내는 경기다. 흔히 생각하기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 씨름보다 기술이 단순하다거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스모를 알게 되고 여러 번 접하다 보면 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 <사진 1> 거리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스모의 모습들

 

스모가 시작되기 전에는 여러 전통의식을 행한다. 육중한 스모 선수가 씨름판 위에 올라와 느린 춤과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가 발로 지면을 쿵쿵 내리찍는데, 이럴 때면 관중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또, 선수들이 스모를 시작하기 전에 소금을 한 움큼 쥐고 씨름판 위에 쫙 뿌린 다음 자세를 잡는데, 이때 둘 사이의 신경전도 하나의 볼거리다.

 

자세를 잡고 한판 대결을 시작하려나 보다 하는 순간, 한 선수가 뒤로 돌아가 수건으로 땀을 닦고 다시 돌아온다. 제한 시간 안에는 몇 번을 반복해도 된다고 한다.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신경전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대회는 1년에 5회 개최되고, 개인전과 단판 승부로 승수가 많은 선수가 우승하게 된다.

 

스모 선수는 10개 계급으로 나뉜다. 상위 1위는 요코즈나(横綱, よこづな), 2위는 오제키(大関, おおぜき)라고 하며, 오제키 중에서 우승하거나 성적이 꾸준히 좋으면 심의를 통해 요코즈나로 승격한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요코즈나는 햐쿠오(白鵬)다. 몇 년간의 대회에서 연전연승을 기록하다가 최근 우승을 두어 번 놓쳤는데, 이 햐쿠오가 우승을 못 하는 것이 제법 뉴스가 되기도 한다.

 

▲ <사진 2> 료고쿠역에 장식되어 있는 요코즈나의 모습

 

현재 요코즈나는 세 명이다. 이중 햐쿠오를 포함한 2명이 몽골인이고, 나머지 한 명이 일본인이다. 그런데 일본인 요코즈나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 조만간 은퇴할지도 모르겠다. 가끔 TV를 통해 햐쿠오의 스모를 보곤 한다. 햐쿠오의 스모는 품격과 멋이 풍기는 것 같다. 격전을 벌이다 어느 순간 상대를 넘어뜨리고 자세를 취하면, 관중석에서 환호성과 탄성이 함께 흘러나온다. 현재 스모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도 이 햐쿠오의 존재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요코즈나끼리의 경기와 요코즈나와 오제키의 경기는 더더욱 흥미진진해서 이런 경기에는 사람들의 환성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유난히 큰 박수가 나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전도유망한 일본인 선수가 나올 때다. 다음 요코즈나에는 일본인 선수가 뽑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도쿄에서 스모 경기가 열리는 곳은 료고쿠(領国, りょうごく)에 있는 국기관(國伎館, こっかん)이다. 이번 9월에도 대회가 열린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관람해 보고 싶다.

 

▲ <사진 3> 료고쿠에 있는 국기관의 전경

 

일본에서는 여전히 스모가 사랑을 받는다. 꾸준히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며 흥미진진한 경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한국의 씨름에 대해 아쉬움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