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요즘이, 이곳 상하이를 여행하기에는 가장 좋다. 조금씩 더워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야외 활동을 하기에도 참 적당한 날씨다. 이런 계절에 딱 맞춰, 중국에는 단오(端午, Duānwǔ)라는 큰 명절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는 춘절(春节, chūnjié), 추석(中秋节, Zhōngqiūjié), 단오와 같은 세 개의 큰 명절이 있다. 춘절과 추석은 한국과 같은 의미의 명절이라고 보면 되는데, 단오는 한국의 단오와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단오가 전해 내려오면서 지역에 맞는 토속문화와 섞여 의미가 다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중국은 2008년부터 단오가 자신들의 고유명절임을 선포하고, 공휴일로 지정했다.
중국에서의 단오는 하지습속(夏至習俗, xiàzhìxísú, 떡을 먹고 술을 마시며 출입문에 쑥과 창포를 발라 길흉화복을 비는 것)을 행하는 날로,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집안의 무병을 빈다. 또한, 기원전 3세기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굴원(屈原, QūYuán)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와 토템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단오절로 발전되었다고 하는 유래가 가장 보편적이다.
기원전 229년경, 진나라가 초나라를 공격할 때 초나라의 회왕(懷王)이 굴원의 충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를 쫓아냈다. 그 후 초나라의 회왕은 신화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나라와 강화(講和)를 하기 위하여 진나라에 갔다가 오히려 그곳에서 감금되었으며, 3년 후에 그곳에서 객사하고 말았고 결국 초나라의 수도도 함락되었다. 회왕에게 쫓겨난 굴원은 유랑 중에 이 소식을 듣고 억울함을 탄식하다가 멱라강(汨羅江)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이에 백성들이 굴원의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떡과 달걀을 강으로 던져 물고기를 유혹하고, 웅황주를 강에 부어 물짐승들을 취하게 하였으며, 배의 노로 수면을 두들기기도 하고, 북을 쳐서 물고기가 시신에 다가오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 <사진1> 대나무 통에 밥을 넣은 단오음식 ‘종자’
출처 : www.en.dict.cn
게다가 대나무 통에 밥을 넣어 강물에 던지기도 했다는데 이것은 나중에 ‘종자(粽子, zòngzi)’라는 음식으로 바뀌어 단오에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종자는 찹쌀을 갈댓잎이나 참대잎 등으로 싸서 실로 원추형이나 삼각형, 베개 모양 등으로 묶은 다음 쪄서 먹는 음식으로, 단오 전날 밤이면 집집이 이 종자를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는다. 이렇게 시대의 영웅인 굴원을 기리고 제를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풍속으로 자리를 잡았고, 오늘날 단오절 의식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전해진다.
▲ <사진2> 중국의 용주 경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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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행사로 곳곳에서 특별한 경기도 펼쳐진다. 용주(龙舟, lóngzhōu, 용머리 모양을 조각한 배) 경주 대회인데,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세계에 알려지면서 ‘용선 축제(Dragon Boat festival)’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 <사진3> 용머리 모양의 배 ‘용주’
출처 : www.english.taipei.gov.tw
올해에는 단오와 함께 중국의 어린이날인 6월 1일이 연이어 자리를 잡는 바람에 아이들과 함께 단오를 즐겼다고 한다. 난징루에는 2만 5천여 명의 인파가 밀집해 길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하니…. 한국과 사뭇 다른 중국의 단오의 모습을 보면서, 전통문화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이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