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만의 잡지 중 <천하, 天下, 티엔샤)>라는 비즈니스 잡지를 가끔 보는데요, 최신호에서 눈길을 잡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TSMC는 어떻게 이겼을까(臺積電怎麼贏)?’, 그리고 TSMC의 CEO 모리스 창의 사진. 그 잡지에 올해의 대만 내 재계 CEO 순위가 나와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잡지 표지 사진
대만에서는 반도체가 주된 제조 기반이고, 각 반도체 분야에서 세부화된 중소기업들이 상생(相生), 즉 서로서로 받쳐주는 형태로 반도체 산업이 잘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 전에 소개한 대로, 한국의 기업문화가 일등주의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가는 대기업 문화인 반면,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 기반이 발달하여 왔고, 이러한 정책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 반도체 산업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소기업 정책은 비록 메모리 파운더리 분야에서는 삼성과 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대기업과의 치킨 게임에서 밀려서 다소 도태되었지만, 반도체의 틈새시장에 가까웠던 비메모리 분야를 중심으로 칩 설계, 파운더리 제조, 테스트, 그리고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패키징 및 기판 실장, 그리고 반도체 재료와 장비 산업이 잘된 레고 블록처럼 조화롭게 연결되어있는 반도체 산업 구조를 형성하게 된 밑거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TSMC 실적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이러한 대만 반도체를 포함한 일반적인 회사 경영자 중에 영향력이 큰 인물을 뽑는다면, 대만에서는 주저 없이 두 사람을 꼽습니다. 한 명은 모리스 창(Morris Chang, 장중마오, 張忠謀)이고, 다른 한 명은 테리 궈(Terry Gou, 궈타이밍, 郭台銘)입니다. 각기 성장 배경이 다르지만,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모리스 창은 현재 85세로, MIT 석사, Stanford 박사 등이라는 그의 경력이 보여주듯, 그 당시 전형적인 중국 배경의 미국 이민자 엘리트임이 확실합니다. 25년간 일했던 TI에서 아시아 사람으로 임원 위치까지 올라간 것은 극히 이례적일 만큼 TI 내에서도 기여도가 컸다고 합니다. 이후 대만의 기술 협회인 ITRI로 초빙되고, 결국 1987년에 56세라는 나이로 TSMC를 창업하고 현재의 TSMC로 이끈 것을 보면, 단순한 엘리트 능력만으로 만들 수 없는 업적이겠지요. 그러한 부분이 대만에서는 그를 최고의 경영자를 평가하고, 2016년에는 순위 1위로 올려놓은 것 같습니다.
▲ 기업인 순위
반면에 2등에 해당하는 궈타이밍은 아이폰의 제조회사로 유명한 팍스콘, 홍하이 그룹의 회장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성장 배경은 모리스 창과는 완전 반대로 대만에서 태어나, 경찰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집도 없어 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졸업 후 고무회사와 같은 제조회사에 근무하다가 현재의 홍하이 그룹을 만든 신화적 인물이지요. 그는 절약이 몸에 배어, 몇십 년 동안 같은 책상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대만 태생인지, 대만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하고요. 대만 내 의료, 기타 복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주변 친구들이 귀띔해 줍니다. 주변 대만 친구들에게 두 CEO 중 누가 더 좋냐고 물어보니, 어렵게 자라서 성공하고 사회 환원을 하는 궈타이밍을 꼽는 사람이 많군요.
한 시대와 한 나라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기업인, 정치인, 예술인 등과 같이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만큼, 기업인들이 만들어 내는 영향력은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유명한 기업 CEO의 배경 등에 대해 알아보고, 더불어 그들의 성장 과정,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을 배우면서 그것을 자신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으로 이번 호에는 대만 CEO 순위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WRITTEN BY 유민
강자에 대한 겸손은 의무, 동등한 사람에 대한 겸손은 예의, 약자에 대한 겸손은 숭고함이다. – 李小龍 / 겸손하게 대만문화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