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난 호에 이어 이번 달에는 반도체가 있는 교실 속 불순물 반으로 다시 들어가 보겠습니다.
불순물 반은 불순물 반도체입니다. ‘정규학생’은 ‘실리콘’으로 ‘청강생’은 ‘불순물’로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청강생은 학교의 정규학생이 아니므로 선생님을 덜 무서워하는군요.
먼저 P(인) 같은 5족 불순물이 실리콘에 첨가된 N형 반도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는 5개의 최외각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4개는 실리콘과 공유결합을 이루기 위해 속박되어 있고, 남은 1개가 약하게 붙들려 있다가 약간의 에너지만 공급해줘도 쉽게 떨어져 나가 자유전자처럼 활동합니다. (600원을 가지고 있는 철수를 생각하세요) 이를 밴드 구조로 설명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왼쪽 그림에서, 온도가 0K일 때 여분의 전자는 P에 약하게 구속되어 있는데, 그 결합력은 위 그림에서 Ec와 Ed의 차이만큼(왼쪽 그림)입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온도가 올라가면(온도>0K) 열에너지에 의해 여분의 에너지가 P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전자처럼 떠돌게 되고, (전자가 전도대 위로 올라간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P원자는 전자를 잃었으므로 전기를 띤 양이온이 됩니다. P원자는 전도대에 전자를 공급한다고 해서 도너(전자를 제공한다고 해서 donor라고 부릅니다)라고 불립니다. 또한, P원자 내의 여분의 전자는 Ec 근처에 에너지 준위를 형성하는데, 이를 도너레벨(donor level)이라고 부릅니다. 위 그림에서 보면 Ed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제 B(붕소) 같은 3족 불순물이 실리콘에 첨가된 P형 반도체를 살펴볼까요? B는 3개의 최외각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실리콘과 4개의 공유결합을 이루는데 하나의 전자가 부족합니다. 하나가 부족하다는 것은 하나가 남는 것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자가 하나 부족한 것은 Ev의 바로 위에 억셉터준위(acceptor level)를 점유하며 열에너지에 의해 가전자대 속에 있는 전자를 하나 받아(공유결합을 충족시키기 위해 실리콘으로부터 여분의 전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서 억셉터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 전기를 띈 음이온이 되고 가전자대에 정공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때 정공은 전자의 빈자리이므로 다른 실리콘 원자로부터 전자를 받아 채우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빈자리, 즉 정공은 움직일 수 있게 되며 정공이 움직인다는 것은 사실은 전자가 움직이는 것이므로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P원자 내의 전자가 원자핵에 결합된 에너지의 크기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지요. P가 고립된 원자로 존재할 경우 5개의 최외각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대략 1옹스트롬(옹스트롬은 거리 단위로, 1옹스트롬은 만분의 일 마이크로미터입니다)의 거리를 두고 수eV의 에너지로 원자핵에 속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P원자가 실리콘 내에 불순물로 존재하면 5개의 최외각전자 중 4개의 전자는 실리콘 원자와 공유결합을 이루고, 남은 하나의 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대략 15옹스트롬의 거리를 두고 약 0.05eV의 약한 에너지로 속박되어 있어, 약간의 열에너지만 공급해도 원자핵의 속박을 끊고 자유전자처럼 거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실리콘에 불순물 원자를 넣어 줌으로써 쉽게 자유전자(또는 정공)를 얻을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불순물 반도체입니다.
전도대 내에 있는 전자와 가전자대 내에 있는 정공을 반도체의 캐리어라고 부르며, 반도체의 전도성(전류를 얼마나 잘 흐르게 하느냐 하는 성질)은 캐리어의 농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캐리어는 열에너지에 의해 생성된 자유전자(전도대에 존재)와 정공(가전자대에 존재)의 쌍, 그리고 불순물의 이온화에 의해 생성된 전자(N형 반도체, 전자가 전도대로 올라가고 불순물은 양이온이 됩니다)와 정공(P형 반도체, 불순물이 실리콘으로부터 전자를 받아 음이온이 되고 가전자대에 정공이 생깁니다)으로 이루어집니다.
진성 반도체에서 생성되는 캐리어(자유전자와 정공의 쌍)는 열에너지에 의해서 생성되므로 캐리어의 농도가 온도에 의존합니다. 즉, 온도가 높아질수록 열에너지가 높아지므로 캐리어의 농도가 높아집니다. 불순물 반도체에서의 캐리어는 열에너지에 의해 생성된 자유전자와 정공의 쌍, 그리고 불순물의 이온화에 의해 생성된 전자 또는 정공으로 이루어지며, 캐리어의 농도는 온도보다는 주입되는 불순물의 양에 주로 의존합니다(공급된 불순물은 도너레벨과 억셉터레벨이 전도대나 가전자대 근처에 있으므로 실온에서 모두 이온화되어 공급된 불순물의 양만큼 캐리어가 생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불순물 반도체에서 열에너지에 의해 생성된 자유전자와 정공의 쌍은 그 수가 많지 않으므로 소수 캐리어라고 부르며, 불순물의 이온화에 의해 생성된 전자 또는 정공은 그 수가 훨씬 많으므로 다수 캐리어라고 부릅니다. 즉, 불순물 반도체의 전기전도성은 다수 캐리어의 농도에 의해 결정되므로 얼마나 많은 불순물을 어떻게 주입해 주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실리콘에 불순물을 주입하는 것을 도핑이라고 부르는데, 도핑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뤄보겠습니다. 위에 설명한 대로, 소수 캐리어만 생성할 수 있는 진성 반도체는 널리 사용되지 않고, 다수 캐리어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불순물 반도체가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눈치를 챘겠지만, N형 반도체에서는 자유전자가 다수 캐리어고 소량의 정공이 소수 캐리어이며, P형 반도체에서는 정공이 다수 캐리어고 소량의 전자가 소수 캐리어가 됩니다. 한 가지 더 욕심을 내서 설명한다면, 자유전자가 정공보다 움직임이 더 쉽습니다. 전문용어로는 자유전자가 정공보다 이동도가 크다고 표현합니다.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학생’을 자유전자로, ‘그 학생 때문에 생겨난 교실 내의 빈 의자’를 정공으로 생각해 봅시다. 복도에 있는 학생은 자기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빈 의자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먼저 어떤 학생이 빈 의자를 발견해야 하고 그 학생이 자기 의자를 비우고 그 의자에 앉는 방식으로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위의 세 가지 반도체(진성 반도체, N형 반도체, P형 반도체)의 밴드 구조가 이해되는지요? 이 구조가 이해가 되어야 다음 호에 소개할 P-N접합을 이해할 수 있으니 어렵더라도 꼼꼼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