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유명했던 중화권 영화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báifà mónǚ chuán)>(1993)으로 유명한 임청하(린칭샤)가 대만 출신의 영화 여자 배우인 것은 언젠가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백발마녀전>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는 그 유명한 장국영(장궈룽)이고 임청하는 그녀의 수필집에서 장국영을 이렇게 회상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칭샤, 다시는 영화 찍지 마. 마작 너무 많이 하지 마.”라고, 장국영이 아직도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장국영이 임청하의 마작 상대가 되어준 것을 기억하면서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 백발마녀전 포스터
이처럼 중화권에서는 마작 상대는 친한 친구 혹은 그 이상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남자들끼리 모여서 마작을 하면 고성도 질러가면서 게임을 하는데, 그런 분위기들이 그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 대만 여성들에게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좋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조용히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면서 게임을 즐긴다. 이처럼 대만의 마작은 단순한 노름의 성격보다는 우리나라의 명절 고스톱처럼 친목을 도모하는 전통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보통 대학교 때 그 규칙을 배우고 마작 친구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필자도 한 번 배우려고 하다가 규칙이 너무 다양해서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들이 마작 친구로 들어간다면 친한 친구라는 증거이기도 하니, 대만 파견생활을 위해 언젠가는 배워야 할 게임이 아닐까 싶다.
▲ ATT공장의 행사 모습
최근 이곳 ATT공장(대만)에서는 연례행사로 마작 전 공장의 대표 선수들이 모여 마작 게임을 진행했다. T1, T3, T5에서 각 공장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였고, 공정한 절차로 시합을 벌였다. 최종 우승은 T3가 차지했다. 진지하면서도 게임에서는 유쾌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인 행사였다. 대회 유치는 인사팀에서 진행했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민 공간에서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격려하는 모습도 역시 좋았다. 다가오는 연말과 연초에 술자리에서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지만, 전통성을 가진 게임으로 가족, 지인, 동료들과 친목 도모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우리네 윷놀이처럼 말이다.